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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담과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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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훈/아시아 평화 연대 센터장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G20 정상회담(11월 11-12일)을 위해 이 나라에 포함된 대표단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고, 잔치를 벌인 주인집에서는 귀빈 맞이에 만전을 다하려는 듯 여기저기 바쁘고, 시나브로 부산스럽기까지 하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 회의가 G7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최초의 G20이라며 그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참가자들이 회의 기간에 쓰고 갈 돈이 400억 원이나 된다고 분위기를 격양 시키는 여러 움직임을 보면, 한국이 곧 선진국 대열에 들기라도 할 것만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단 이틀 동안 치르는 행사에 1,300억 원을 쏟아 붇고, 이 가운데 120억 원이 치안을 위한 경비에 쓰이고, 이를 위해 어린이와 노인을 비롯한 여러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복지비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우울한 이야기와 함께, “환경미화”를 위해 생업인 노점상을 한 달 동안 못하도록 막고 또 노숙인들이 자신들의 집(?)인 길거리에서 쫓겨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이미 이번 서울 G20 정상회담을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하는 논조의 글이 쏟아져 나오고, 또 이를 반대하는 다양한 회의와 시위가 지속돼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쯤 되면, G20 정상회담이 누구에게 이롭고 또 누구에게 고통을 주는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G20 개최 일주일 앞서서 우리신학연구소와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ICMICA)이 가톨릭 경제학자와 신학자를 초청해 국제 포럼을 열고, G20이 무엇이고,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비판적으로 성찰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런 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다시 생각하는 경제와 개발: 가난한 이를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의 추구”를 주제로 프랑스, 독일, 페루,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서 40여 명의 경제학자, 신학자, 사제, 수도자와 평신도가 11월 1-4일 G20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이 G20 의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들고 나온 개발(development) 문제를 중심으로, 빈민국의 빈곤, 금융기구의 규제, 녹색성장, 개발에 대한 신학적 성찰, 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최종성명을 발표하고, 발전과 빈곤의 바로미터 쯤으로 여기고 있는 GDP는 인간복지라는 상황 전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유엔이 제시한 인간 개발 지수 (Human Development Index)같은 다른 지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간개발지수는 유엔개발계획이 각 국가의 실질 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율, 평균수명 등을 여러 가지 인간의 삶과 관련된 지표를 조사해 각국의 인간 발전 정도와 선진화 정도를 평가한 지수이다.)

또, 성명서는 정부와 국가가 빈곤의 감소를 위해 적극적인 구실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히 부의 정의로운 분배 문제에서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귀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전 세계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작된 국제 정상들의 협의기구인 G20에서 금융기관의 규제를 논의하라는 요구는 당연해 보이지만,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합의한 것처럼,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은 G20의 실효성과 정당성(legitimacy)을 의심하게 한다.

이에 대해, 성명서는 구제받은 금융기관은 이를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 정치권과 금융권의 밀애로부터 금융위기가 발생했으므로 이는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는 독립의 원칙, 금융행위와 상품의 질에 대해 금융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의 원칙을 제시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사회,경제, 문화적으로 민중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천주교의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 주요 종교 지도자들이 정부 관리를 만날 때마다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서울 G20의 성공을 주문한 사실을 놓고 볼 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포럼을 통해 참가자들은 빠른 속도로 뒤섞여 가고 있는 지구화 과정에서 “자기들끼리의 모임”이지만, 결정하면 그 영향력이 막대한 G20과 같은 글로벌한 이슈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식견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교회가 세상에 문을 열었을 때, 세상은 환영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그 세상은 너무도 달라졌고, 어떻게 달라졌는가 캐어 묻지 않을 때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놓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G20은 교회가 읽어내야 하는 시대의 징표를 위한 주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 2010.11.12